Sleepers Critical Review_슬리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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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주인공 구스타프 본 아펜바허가 절대적인 미를 상징하는 소년에 사랑에 빠져 베니스를 떠나지 못하고, 마크 왈린저의 2004년 작품 <슬리퍼>에서 작가는 곰으로 변장한채 미술관을 10일 동안 배회한다. 기획자에게 이 두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치열한 격전장의 모습이자 대형자본의 유입으로 예술이 작아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도 이 시기에 맞추어 베니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예술가들과 큐레이터들의 모습이었다.

영문 표현 <슬리퍼>는 스파이가 지령을 받기 전에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신분을 감추고 잠복근무를 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 처럼 8(7)의 한국 작가들은 Sleepers가 되어 이 두 작품에 대한 해석과 함께 베니스에서의 우리의 위치와 모습을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놓아 새로운 작품으로 <슬리퍼즈 인 베니스> 를 꾸몄다.

강임윤은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 속의 주인공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에서 영감을 받아, 베니스에서 사온 색료를 활용하여 4폭짜리 유화작업을 통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끝내 연못을 떠나지 못한 나르시스의 전설을 회화로 풀어냈다.

구혜영은 <그라핀>이라는 최첨단 소재와 비디오 영상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마치 타다 남은 재의 모습을 한 <그라핀>은 앞으로 우리의 미래의 역사를 바꿔놓을 소재로서, 우리의 일상에 엄청난 가능성을 품은채 깨어나지 않은 <슬리퍼>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며 이를 영상작업 <Uncertain Untitled>로 선보였다.

김덕영은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계에서 가진 독보적인 위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전시 준비기간 내내 국가관 주변을 돌며 거기에서 나온 쓰레기를 주워 자신의 설치작업으로 풀어내었다. 그 과정을 담은 영상은 타인의 시선으로 작가의 움직임을 쫒으며 결국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으로 바뀌는 모순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우디킴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에 관객이 앉아 있고 그 주위를 돌며 적외선카메라를 쓴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다. 주로 시각에 의존하는 기존의 미술의 틀을 깨는 이 작품에서 관객은 그저 댄서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작가는 댄서와 관객의 모습을 다시 적외선 카메라로 녹화해 남은 전시기간내에 상영한다.

이현준은 작업실에서 주로 생활하며 작품에 매달리는 자신의 일상적 모습이 마크 왈린져의 작품 <슬리퍼>속의 곰과 닮았다는 것에 영감을 받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재미를 스스로 찾아나가는 작품을 사운드가 결합된 영상작품으로 풀어내었다.

장지아는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는 셰익스피어 시 <소네트>를 햇빛을 받으면 변색하는 소의 피로 찍어내어 만든 커텐을 베니스의 대운하가 보이는 창문에 걸었다. 햇빛이 커텐을 비추며 투과하는 글씨는 불멸을 뜻하는 Immortality – 이 그림자 마저 햇빛에 의해 지워졌다가 다시 생겨난다.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 속 주인공이 죽어가면서도 베니스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인 사랑이 결국은 변색한다는 모순을 작품으로 풀어내었다.

듀오 아티스트 MR36(료니, 모즈)의 영화 <스타워즈>의 캐릭터인 스톰 트루퍼에서 파생된 <스톰트루퍼 효과>를 차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영화 속에서 스톰 트루퍼가 아무리 많이 죽어도 관객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단지 소모품적 숫자에 불과한 것을 뜻하는 이 효과는 마치 베니스 비엔날레라는 엄청난 틀 속에서의 보잘 것 없는 존재인 작가 본인들의 모습이며, 천장에서 일정 간격으로 떨어지는 종이가 바닥에 쌓이며 사람들이 그것을 밟고 지나가는 형상으로 풀어내었으며 그 과정또한 전시기간 내 영상작업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5 7, 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개막식에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아이콘 올랑, 영국  FACT 기관 마이크 스텁 관장, 영국의 비평가 사샤 쿠독 등 전 세계 각국의 미술인사가 대거 모여 베니스의 중심에서 한국 미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소설과 미술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본 전시의 기획의도와 이를 7팀의 작가가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여 작품으로 풀어낸 실험적인 전시에 많은 격려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개막식에 방문한 많은 미술계 인사들은 본 전시의 몇몇 참여작가들과 후속 전시를 협의 중에 있으며 이는 참여작가들 중 대부분이 베니스에서의 첫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인정을 받은 이례적인 일로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58일 저녁 8시부터 시작된 자정까지 이어진 개막식 파티에는 1000여명의 관객들과 함께  참여작가들의 다양한 퍼포먼스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김정민씨의 특별 연주로 더웅 풍성하게 꾸며졌다.

구혜영 작가는 <슬리퍼즈 인 베니스>의 배너가 걸린 테라스에서 대운하를 바라보며, 붉은 드레스를 아래로 길게 느러뜨린 채 노래를 불렀다. 실제로 18세기에 베니스에서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테라스에 나가 남성들을 유혹하는 노래를 불렀다. 이후 300년 만에 처음으로 테라스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구혜영 작가의 개막 퍼포먼스는 과거 베니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진행된 바이올리니스트 김정민씨의 비버(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작곡) 연주는 많은 관객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슬픔과 아름다움이 묘하게 공존하는 이 곡이 전시장에 울려퍼지자 전시관계자, 참여작가 및 모든 관객들은 저마다 편한 자세로 연주를 감상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자아냈다.

마지막을 장식한 이현준 작가의 디제잉 퍼포먼스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전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본 전시의 작업과 연계된 라이브 퍼포먼스는 음악, 아트, 영상이 공존하며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9일에는 한국외교통상위원단 나경원 위원장, 이주영 위원, 정병국 위원, 최재천 위원 외 2이 특별방문하여,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격력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특히, 영국 큐레이터 반야가 기획한 전시에 참여한 외국작가 30여명을 전시장으로 직접 초대해 막걸리를 대접하는 이벤트를 기획하여 본 전시의 작가들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함과 동시에 한국의 문화를 홍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특히 이 막걸리를 담은 도자기는 외교부와 여주시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으며 7팀의 한국작가의 드로잉이 디자인된 백자로, 베니스 필름 페스티벌 디렉터 등 다양한 문화기관에 전달되어 <슬리퍼즈 인 베니스>의 지속적인 노출과 함께 작가들의 홍보 효과 또한 기대된다.

이 모든 과정은 다큐로 제작될 예정이며 한국, 런던, 베니스에서의 전시 준비과정과 전시 개막식의 전 과정이 모두 담겨있는 아카이브이다. 한국에서 편집감독으로 이미 인정을 받은 최민영씨가 감독을 맡은 다큐멘터리는 대중들에게 어렵게 인식되는 현대미술이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큐 제작팀은 전시의 초기 기획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현재 베니스 필름 페스티벌과 여러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며 보다 짧은 버전으로도 제작되어 국내 방송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