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S NOTE _ HEREN ART, NOVEMBER 2015

Curator note

HEREN ART NOVEMBER 2015, p.22

CURATOR’S NOTE

세상 모든 이슈를 끌어안는 ‘미술’을 매개로 하는 전시회 안엔 언제나 시각적 매혹 이상의 맥락과 메시지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늘 치열하게 공부하고 뜨겁게 감응하는 이들, 한국의 젊은 큐레이터 5인의 사적인 노트를 공개한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전시는?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서 보았던 <아쿠아 알타(AQUA ALTA)> 전시1. 올해 치렀던 <베니스, 이상과 현실 사이>展을 준비하며 베니스에 자주 갔는데, 덕분에 말로만 듣던 ‘아쿠아 알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베니스는 석호(라군)로 이뤄져 있어서 수세기 동안 지반 침하, 해수면 상승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주기적으로 도시가 물에 잠겼고, 이 현상이 바로 ‘아쿠아 알타’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랑스관 작가였던 셀레스트 부르지에 무주노(Celeste Boursier-Mougenot)의 작업이라 더 흥미가 갔다. 생각대로 미술관은 물난리가 나 있었다. 게다가 깜깜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술관 내부에 밤의 미니 운하를 설치한 것이었다. 베니스에서는 꿈도 못 꾸는 곤돌라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 거대한 작업을 미술관에서 할 수 있다는 부러움과 놀라움에 급히 미술관의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바로 넘실대는 이 거대한 설치 작업 속에서 직접 뱃사공이 되어볼 수 있었다. 관처럼 생긴 배 위에서 발이 몽땅 젖은 채 서서 노를 젓노라니 왠지 죽음의 스틱스 강의 뱃사공이 된 듯했다.

 

큐레이터로서 당신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바이블은?

늘 그 당시에 읽고 있는 책들이 그때그때 영감을 준다. 지금 책장 제일 앞에 꽂아놓은 책은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과 T.J. Demos의 <Return to the Post-Colony>3,4. 두 책의 공통점은 역사를 되짚어 주변 이야기를 살펴본다는 점인데 후자는 특히 현대 미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과거의 왜곡된 견해와 역사를 들춘다는 점에서 내가 지향하는 전시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개인적으로 구입한 작품은? 그리고 그 이유는?

한국의 한 젊은 작가가 500만원의 학비를 내지 못해 석사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다. 평소에 전시도 같이 하고 작업도 좋아해서 조금 무리해서 그 작가의 예전 작품을 구입했다. 그 외에 허산, 김하영, 김아영, 목정욱, 이세현, 장 콕토의 도자기 작품, 카미유 피사로의 스케치2 등을 소장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그 이유는?

올라퍼 엘리아슨. 언제나 예술을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힘을 존경한다.

 

당신이 가장 흠모하는 큐레이터는? 그 이유는?

오쿠이 엔위저(Okui Enwezor).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그가 기획한 비엔날레 특별전에 대한 여론은 갈리는 듯하지만, 그에게선 정치적인 견해를 초월한 지도자(Statesman)적인 비전이 엿보인다.

 

지금 기획 중인 프로젝트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 작가들과 함께했던 <Sleepers in Venice> 전시5를 계기로 한 특별전이 잡혀 있고, 10월 런던 프리즈 아트 페어 개막에 맞춰 런던 시내 중심에서 14개국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해 선보이는 대형 프로젝트 <Silent Movies> 전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큐레이터로서 당신의 철학은?

동시대 작가와 같이 호흡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큐레이터로서가장행복한순간은?

전시개막식. 성공적인전시라는느낌이오는것과동시에, 함께한작가들과관객들이만족하는모습을볼때가장행복하다. 또한참여하는작가가내가설정한전시주제에도전의식을느낄때도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