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Design _ Preview

출처 : 월간디자인
URL : http://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6/75281

바이라인 : 글 최민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직지는 현재 진행형이다직지, 금빛씨앗 전 

 


직지 월 직지 하권에 있는 활자 하나하나를 8000여 개의 단프라 박스에 새겨 담을 쌓았다. 행사장 입출구로 기능하며 화려한 LED 조명을 넣어 밤을 빛낸다.

직지 활자판 중요무형문화재 제 101호 금속활자장 기능보유자인 임인호가 복원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활자판.

직지 파빌리온 스케치 론 아라드(Ron Arad)가 직지의 제본 형태인 선장본에 영감을 받아 모듈러 형식으로 디자인한 상징적 조형물.

 


언폴드(unfold)  료이치 쿠로카와(Ryoichi Kurokawa)의 별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과학적인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

정보혁명의 4단계 중 받아쓰기  일러스트레이터 무나씨(김대현)가 한지와 먹, 금분을 써서 소통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 말, 글, 금속활자, 컴퓨터는 단계 별 정보 혁명의 수단으로 등장한다.

직지-대화  지난 2011년부터 직지를 모티프로 작품을 만드는 엄혁용의 설치 미술. 고서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나무, 돌, 청동을 써서 조각했다.

양판희에 대한 메모(Notes towards a Model Opera)  근대 세계의 조사 방법론을 제시하는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디지털 작품. 흑백 잉크와 마모된 붓으로 노트 내용을 흩뿌리듯 배열해 음악과 춤을 곁들인다.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충북 청주 예술의 전당과 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 ‘직지, 세상을 깨우다’를 주제로 9월 1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의 창조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로 전시뿐 아니라 공연,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직지의 창조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청주시가 주최하고 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세계적 작가들이 직지의 창조적 본질을 재조명한 작품을 소개하는 <직지, 금빛씨앗>전. 전시를 기획한 김승민 수석 큐레이터는 금빛씨앗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아시다시피 직지는 위대한 세계기록유산이에요. 직지에 사용한 활자는 모두 5538종인데요, 해를 상징하는 날 일(日) 자가 뒤집혀 인쇄된 탁본이 목판 대신 금속활자를 하나씩 조판해 인쇄했다는 걸 역설적으로 증명해줍니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 역시 거기서 비롯했어요. 날 일(日) 자가 뒤집힌 형상은 가능성을 머금은 씨앗 같아요. 바로 ‘골든 시드’죠. 금속으로 활자를 만들어 인쇄를 시도한 혁신적 사고를 눈여겨봤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를 관통하는 상징은 산업 디자이너 론 아라드(Ron Arad)가 디자인한 조형물이자 건축물인 ‘직지 파빌리온’이다. 이번 전시를 하나의 책으로본다면 파빌리온은 표지다. 마치 책을 읽다가 갑자기 떠오른 영감 때문에 잠시 내려놓은 듯한 형상을 띤다. 직지의 제본 형태인 선장본을 본뜬 모듈러 구성의 조형물로 조립과 설치, 해체가 자유롭다. 건축과 미술을 넘나들며 발상의 전환을 놀라운 작품으로 만들어온 곡선 미학의 선구자답게 론 아라드는 직지의 가치에 감동해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 직지 파빌리온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청주시가 소장해 직지의 창조적 가치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될 전망이다.

전시는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된다. ‘빛, 그림자를 보다(Behind Illumination)’에서는 활자 문명의 변천사를 그려낸 연대기와 일러스트를 통해 지금껏 조명하지 못한 직지의 숨은 가치와 역사를 볼 수 있다. 시작은 예술의전당 전면에 28미터 길이로 설치해놓은 대형 파사드. 안상수의 ‘알파에서 히읗까지’라는 작품이다. 서구 문명에서 알파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한글의 마지막 히읗이 된다. 네모 틀 안에서 벗어난 글꼴을 통해 창의적 글꼴을 새롭게 만든 안상수 특유의 작품에 기대가 크다. 최정화는 직지에 적힌 한자를 한글로 형상화한 작품을 내놓는다. 수년 동안 문자와 활자를 탐구해온 그는 직지를 읽고 ‘마음’을 풀이해냈다. 불교의 본질인 깨달음을 형상화 한 ‘오온(Ohon)’과 활자를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마음心(Multiverse)’ 또한 전시된다. 소나무 사진으로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린 배병우의 사진도 전시하는데,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해인사 장경각 판전을 찍은 사진이다. 판전의 창문 크기가 서로 달라 자연스럽게 바람 길을 낸 선조들의 지혜에서 인쇄 문화의 발달을 희구한다. 명화를 재해석한 미디어 작품으로 유명한 이이남은 직지의 한 구절인 ‘구류손불(拘留孫佛)’을 써서 정적인 움직임의 효과를 내는 작품을 출품했다. 일러스트레이터 무나씨의 4단 작품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정보 혁명을 특유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는데, 두 명이 말하고 듣다가 글자를 쓰고 찍어낸 뒤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나누는 4단계로 표현했다. 네 가지 그림은 하나의 금줄로 연결 된다. 작품 사이에 인쇄의 역사를 담은 연대기와 중요 유물, 구텐베르크 반사경과 면죄부, 디오라마 등이 전시된다. 독일 마인츠에서 건너온 구텐베르크 프레스 인쇄기도 있다니 사뭇 궁금하다.

‘빛과 어둠이 만나다(Eclipse)’는 건축가가 임시 구조물을 디자인한 문자 터널과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대표작이다. 마셜 매클루언의 책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감명을 받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필 돕슨(Phil Dobson)과 패션 디자이너 브리짓 스티퓨티스(Brigitte Stepputis)가 공동 작업한 스테인드글라스 ‘구텐베르크 갤럭시’는 문자와 디지털이 미래의 세상을 지배한다는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을 지나면 젊은 건축가 집단인 노션 아키텍처가 디자인한 ‘직지-공간’이라는 임시 건축물이 나타난다. 문자 터널을 통해 예술의전당의 숨은 공간인 옥상으로 안내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다리를 지나면 비디오 설치작가 금민정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영상 속 장소는 직지가 보관되어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리슐리에관이다.

‘빛, 다시 비추다(Re-Illumination)’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룬 직지에 대한 많은 예술가의 해석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재료와 질감을 살려 예술과 과학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요무형 문화재 제101호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과거와 동일한 방법으로 재현한 14,021 직지 활자를 볼 수 있다. 프랑스 국립도선관에서 사서로 일하다가 직지를 발견한 고 박병선 박사를 기리기 위해 작가 엄혁용은 작품 ‘직지’를 만들었다. 나무의 질긴 생명력을 직지와 합일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수년간 직지의 글을 모사한 신용일의 필체가 녹아든 ‘순야타(Sunyata)’, 직지의 활자 틀에서 영감을 얻어 옻을 입히고 금속을 용접해 만든 이광호의 ‘선-선’, 선반 커팅으로 직지의 주요 구절을 조각하고 채워 금속활자에 쓰는 여러 과정을 직접 활용해 작품을 만든 정하눅의 ‘기원’은 꼭 눈여겨봐야 할 작품. 멀리 보면 흥덕사의 이미지가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금속판을 나무조각에 덧대어 목판화에서 금속활자로 전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 정미는 도자기를 굽는 마음을 통해 직지에 담긴 노고를 보여주는데 1000여 개의 씨앗을 만들어 관객에게 증정하는 퍼포먼스를 기획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요건 던호펜(Ju¨rgen Du¨nhofen)은 씨앗의 가능성을 흙과 자연으로 표현하며, 책가도를 회화로 작업한 홍경택의 작품은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먀오 샤오춘(Miao Xiaochun)의 3D 애니메이션, 김상진의 물 프린터, 김수희의 3채널 비디오 작업, 이승애의 사진을 이어 만든 영상, 전상언의 3D 프린터 출력 지형도와 그의 스승인 쇼나 키친(Shona Kitchen)의 자기장 지형도 또한 만날 수 있다.

직지의 미래는 무엇일까? 다양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직지의 가치를 해색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Marshmallow Laser Feast), 지나 차네키(Gina Czarnecki), 구로가와 료이치 (Ryoichi Kurokawa),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가 전시에 이름을 올렸다. 왜 작품 설명이 없느냐고 묻지 마시라. 직지의 미래는 상상의 영역이니 현장에서 감상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www.jikjikorea.com